‘컴퓨터활용능력 1급’
취준생들이나 IT자격증 취득하는 사람들에게 이름 꽤나 알려진 과목이다. 최종 합격률 10%를 왔다갔다 하는 ‘뭐 이런게 다 있나’ 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사실 그 두 과목 중 Access는 실무에서 많이 쓰이지도 않을 뿐더러 MS Office를 깔아도 한번도 열지 않는지라 시작화면에 등록조차 안하는 생소한 프로그램이고, 엑셀을 아무리 써도 거의 쓰지 않는 VBA가 들어가 있는데 배점이 낮지 않아 이걸 포기하면 바로 탈락이다. 게다가 함수는 몇개를 중복해서 내는지 시험보러 온 사람을 골탕먹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어떻게 준비해서 합격했는지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나만의 방법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다. 우선 이 글은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취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다루지는 않으니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보다는 그냥 재미 삼아 보면 좋겠다.
1. 잡설
일단 인증부터. 합격하면 우편으로 카드형 자격증을 보내준다.
필자는 IT업계와는 전혀 관계없는 업종에 종사한다. 다만 논리적으로 딱딱 들어맞고 오차없이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는 또 마치 레고처럼 이런 저런 모듈을 붙였다 뗐다 하는 등의 로직이 단순히 재미있어서 오래전 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 IT와 관계가 별로 없는 업종이라 이전 직장을 다닐 때에 이런 자격증이 가산이 되거나 하지도 않았기에 순수하게 재미로 퇴근하고 쉬는 시간에 자격증을 준비했다. 취업을 앞두고 목숨을 걸고 따려는 취준생들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취미로 했기 때문에 별로 고되다고 느끼지 않았다(따지고 보면 고된 과정이긴 했다).
Q-net에 정보기술 카테고리에서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취득 했다(기술사는 어차피 응시자격에 미달이므로 제외). 정보처리기능사도 당시 최종 합격률이 19%였던지라 관련 고등학생이 보기엔 난이도가 무리였다. 저 당시 부터 C, java, Python 코드에 대한 문제가 나오고 있었어서 이후에 시험 본 정보처리기사(코로나로 회사가 비상상황에다가 본인도 코로나에 걸리고 여튼 다음연도로 미뤘다.)는 난리도 아니었다. 개정 전 50%에 육박하던 최종 합격률이 저 당시 20%로 곤두박질 쳤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도 문제에 대해 항의를 많이 했었더랬다. (사진찍는 것도 취미여서 내가 책보고 독학한 것이 맞는지 자격증 따봤다.)
그러고 보니 곁다리로 이것도 있다.
자랑이라기보다 (자랑거리라고 생각조차 않지만), 사실 하지 않아서 얻지 못하는 것일 뿐 시작이 반이라고 하기만 하면 모두 가능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필자 처럼 재미로, 일상 생활에 깔린 것이 IT기기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IT는 ㅋㅋ 하면서 즐길 수 있다. 필자와 같이 비 전공자가 목적의식을 갖고 기초이론 공부를 하는 데에는 자격증 준비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야가 있다면 국가공인자격증 부터 알아보고 그것을 준비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2. 컴퓨터활용능력 1급 준비
옆에 제갈량이 있어도 사람은 원체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유비도 결정적인 순간 제갈량 말 안듣고 복수에 눈이 멀어 나대다가 쫄딱 망하지 않았는가. 똥을 찍어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것이 사람이다. 모두가 타고나는 패시브 스킬이다.
2-1. 수험서 구입
어느 것을 구입해도 상관없다. 필자는 시나공으로 샀는데 이기적이니 EBS니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당락은 수험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수험서를 산 사람의 마음자세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대신 어떤 수험서라도 최소 5번은 돌려서 풀어보는 것을 기본으로 설정하고 가자. 요즘에는 수험서를 구입하고도 회원가입만 하면 대비 문제, 기출 문제 등등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해준다. 그것도 5번은 돌려서 실습하자.
2-2. 100% 준비 없이 접수하고 시험장에 가자
시험은 현실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보러 가는 것이다. 이 시험은 정기가 아니고 상시시험이므로 기회는 많다. 일단 접수하자. 여러 자격시험을 봤을 때 “시험이 어렵다, 당락을 장담 못한다.” 하는 기준은 최종합격률 20%다. 파레토 법칙(2가 8을 끌고간다는 이론 – 숫자 2와 8은 이상하게도 적절하게 맞는 듯 하다.)을 나름 적용해 최종합격률이 20%보다 높으면 80%정도 준비하고 가면 대개 커트라인 10~20점 이상으로 넉넉하게 붙었다. 반대로 최종합격률이 20%보다 낮으면 90~100%에 육박하게 최선을 다해도 한번에 못 붙었다. 정보처리기사와 컴퓨터활용능력 1급이 유이했다.
100% 준비 없이 가라는 것은 그렇게 진을 빼고 가도 한번에 붙기가 사실 어려운 시험이기 때문에 떨어지면 재수할 의욕이 싹 사라진다. 그래서 여기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와 뭐 이래? 못하겠다. 이 시간에 다른 자격을 따는 것이 낫겠다’ 이런 분위기다. 필자는 80% 정도 준비하고 갔다. 당연히 떨어졌다. 떨어진 것도 황당하게 시간 자체가 너무 부족했다. 다른 자격시험은 대개 조기제출 시간 전에 풀이 다 끝내고 답안지 내고 나왔는데 시간종료까지 앉아있었는데 손도 못댄 문제들이 수두룩 했다.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지만 ‘80%만 준비해서 떨어졌다’는 스스로의 채찍질을 하며 100%까지 달려보자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상황은 아무리 말해줘봐야 모른다. 직접 가서 일단 피부로 느껴보길 추천한다. “아니다 준비 잘했으니 난 단번에 붙을 거다.”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은 있기 마련이다. 줘 터지기 전까지, 그렇게 줘 터지고 100% 쥐어 짜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 그때부터 시험 준비 시작이다.
2-3. 합격 계획을 세우자
이 시험은 access(45분), excel(45분) 두과목 모두 70점을 넘어야 합격이다. 문제보고 바로 타이핑 하며 답을 머리에 그려내지 못하면 시간부족으로 탈락 행이다. 그리고 한 섹션이라도 포기하면 탈락이다. 그러므로 excel을 예를 들면 필자는 2번째 섹션에 위치한 함수문제를 가장 뒤로 미뤘다. 복합함수로 어지러운 건 둘째쳐도 타이핑 중 오타가 나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찾는데에 시간을 다 잡아먹는다. 총 5섹션인데 1, 3, 4, 5, 2 순서로 풀었다. 고속타이핑을 치다보면 오타가 나기 마련인데 VBA에서는 이러면 또 실행이 안되 한자 한자 검토해야한다. 이러다가 시간 다 간다. 탈락이다. 따라서 조건부 서식, 피벗 테이블, 차트 등은 모두 맞아야 한다. 영타는 기본으로 연습을 좀 해두고 VBA에서는 가능한 타이핑을 해나가면 생기는 자동완성 드롭다운 메뉴를 적극 사용하는 것이 오타를 줄일 수 있다. 다 치고 앉아있다가는 .을 ,로 쓴다던지 했는데 못찾아가지고 검토하느라 시간 다 까먹을 수 있다.
필자는 호된 맛을 보러간 첫번째 시험 후 일이 있어 잠시 준비 못하다가 다시 준비했는데 이때도 90~100%의 준비를 못했다. 두 과목 모두 60점 대로 아슬하게 떨어졌다. 100% 준비하면 되겠다 싶어 바짝 준비해서 총 3번째에 합격했다. 시험 계획은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어려운 것은 나중에 풀고 쉬운 것은 꼭 맞추는 것.” 대신 이 시험은 그 점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며 연습해야 한다.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 문제풀이 때는 45분 타이머를 켜고 풀이를 했다. 그래서 실제 준비한(2차만) 총 기간은 대략 3개월 정도 걸렸다.
다 맞을 때까지 반복. 수험서가 갈기갈기 걸레짝이 됐다.
걸레짝이 되도록 거의 95%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10회 씩 2과목 총 20회차를 5회 이상 최소 100번을 계획한 순서에 따라 반복했다. DB와 쿼리에 대한 지식이 있기는 했지만 access는 생소했기 때문에 오히려 일할 때 쓰던 excel 보다 더 못다뤘다. 하지만 100번 정도 돌리면 여기서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쿼리문으로 db를 불러와서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 감이 오게 된다.
3. 자격증을 준비하는 자세
취업이나 승진을 위해 자격증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쪽집게 문제만 풀어서 손에 쥔 자격증, 정작 해보라고 하면 금방 다 까먹고 자격문제 유형 이외에는 손도 못대는 현실. 목적이 있어서 취득한 자격증은 그대로 목적을 이뤘으면 그대로 두고 관련 다른 자격을 이론서 천천히 읽어보고 넉넉히 시간을 두고 자기 것을 만들어 그것을 국가로부터 인증을 받는 과정을 체험하길 바란다. 아니면 필자처럼 사진을 오랜기간 동안 취미로 하다가 이것이 과연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국가공인자격 시험을 치룬 것 처럼 목적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두고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