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을 어쩌다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IT 자격증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IT자격증 뿐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공인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격증 취득의 이유는 승진 등의 목적이 아니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자격증 따위의 종이쪼가리가 무슨 의미가 있냐 실무를 잘해야지’가 나의 기본 생각이었다. 사회 초입을 프리랜서로 시작하다 뒤늦게 취업을 하고 결국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는데 잠시 있었던 조직생활에서 그 필요성을 깨달았다.
한 분야에 대한 지식,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은 해당 분야에 한정해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 실력이 어느정도 인지 감이 온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이 없다. 조직은 범접할 수 없이 최고의 실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정치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다. 실력이 형편없어도 윗사람에게 잘 부비고 백그라운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 실력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상할 수 없이 폐급이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할 줄안다고 의사표현을 하면 그들은 그 분야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믿을 만한 제3자 인증을 요구한다. 그것이 자격증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며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기초 이론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긴 했지만 그것을 몰라도 실제 구현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라는 것.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할 줄 아는 것 중 국가공인 자격증이 존재하는 것은 전부 따야겠다고 이를 물었다.
그렇게 난생 처음 비록 기능사지만 1차 필기시험을 보러갔던 날 많은 생각을 했다. 기능사 시험 보려고 머리숱도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도 시험 시작 전까지 마음을 졸이며 책장을 넘겨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순간 난 그동안 무엇을 얼마나 열심히 했었나 하는 생각에 찰나의 순간 과거들을 회상하며 더욱 겸손해져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날의 경험 때문일까 2년 동안 10개가 넘는 자격을 취득했다. 앞서 말한대로 승진에 목적을 두지도 않았고 그저 정치질만 일삼던 경쟁자들에게 일침을 날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아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치졸한 개인적인 복수심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그러던 말던 상관없었다. 그런 부류들과 의미없는 경쟁을 하며 몇푼 더 벌고 직급이 달라진들 무슨 의미가 있나. 대신에 자격증 취득의 과정 중에 얻은 겸손함의 자세와 단기 목표를 세우는 습관을 들인 것이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가 세운 목표 – 꾸준히 블로그를 해서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자 – 를 달성해야하기에 이전에 작심삼일로 끝났던 블로그 포스팅을 그럭저럭 계속 해나가고 있다.
퇴사를 하고 조직생활과 작별을 고한 후 자격증의 사회적 가치는 다시 종이쪼가리가 되었다. 하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대부분이 자격증의 취득의 목적이 취업과 승진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학벌로 줄세우는 것이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연장선에서, 취업과 승진을 위해 고용주들이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당락의 기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가장 간단하고 합리적 기준으로 삼을만 하기 때문이다. 목표가 어쨌든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는 도전의식은 중요하다.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에서 스스로 혹은 소수의 인원들이 서로를 합리화하며 위로하는 것은 끝내 독이 된다. 내던져지거나 스스로를 내던져 낯선 환경에서 생존을 하는 것. 이것은 결국 모두가 겪게 되는 과정이다. 예방주사를 맞듯 미리 해보는 것은 결코 헛된 짓이 아니다.
물론 업무자체가 로테이션을 돌거나 계속 다른 환경에 노출된다면 그나마 덜하겠지만 취업을 해서 이직 조차없이 한 부서에서 안정적으로 길들여지다 퇴사를 하면 마치 모든 것을 빼앗긴 것처럼 공허함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자격을 취득하면서 또 하나 얻는 것은 자신감이다.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합격할 때의 희열은 크다. 그리고 그 희열의 크기만큼 자신감이 쌓인다. 이런 무형의 자산은 승진으로 몇 푼 더 받는 것과는 비할 수 없이 큰 소득이다. 살아가면서 벽에 부딪힐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근간의 가장 기본은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내던져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렇기에 가장 위험하지 않은 자격증 취득은 오히려 안전하다. 정말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책 등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뛰어들어 경험하는 것이다. 사람이란 결국 아무리 옆에서 떠들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남들이 아무리 맛집이라고 맛있다고 말해도 직접 먹어봐야 맛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취업이나 승진이 목표여도 좋고 순수 면학의 목적이어도 좋으니 도전해보았으면 한다. 유튜브에서 남들 노는 것 먹는 것 보면서 낄낄 대는 것처럼 의미없는 시간소비가 없다. 잠시 낄낄 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뭔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소중한 삶의 시간을 잃은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스스로를 내던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