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재미 들려버렸다기 보다, 이건 진짜 대체재가 없었다. 또 만인의 시장 알리익스프레스 호에서 오리코 제품을 구입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A/S는 포기하고 고장나면 갖다버리기로 마음먹었다. 헌데 이 제품은 제품 상세설명과 제원을 훑어봤을 때 사용 용도가 그럴 듯 해보였다. 전에 쓰던 데스크탑을 갖다버렸는데 HDD는 살렸다. 미니 PC를 쓰기 때문에 SATA 인터페이스 따위는 없다. 그래서 이게 외장 케이스가 없으면 쓸 수가 없다. 벌거벗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 게다가 쓰던 외장 SSD의 케이스가 망가져 나체로 쳐박혀있던 NVMe SSD가 있어서 이 둘을 크로스 시켜 부활시킬 오리코의 은혜를 받기로 했다.
1. 오리코 D35M2의 외관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다. 역시 가격은 만족스럽다. 사실 독에 저장장치까지 넣을 수 있다면 이보다 효율적인 구성은 없겠다 싶었는데 마침 딱 맞는 물건을 찾아서 뿌듯하다. 알미늄의 가공과 각인은 만족스럽다.
2. 포트
2-1. 전면 포트

왼쪽 부터 카드리더기, USB3.2 2nd A타입 2개, C타입 2개, 전원버튼으로 구성은 훌륭하다. 전원 옆에는 애플에서 많이 쓰는 작은 전원 확인을 위한 LED가 있다. 10Gbps를 동시에 4개를 쓴다면 아마도 대역폭은 1/4로 줄어들 것이지만 사실 그렇게 사용할 일은 거의 없기에 포트별로 2개씩이면 감지덕지다. TB4를 이런 식으로 만들었어야지.
2-2. 후면 포트

왼쪽부터 기가비트 이더넷, HDMI, USB3.2 A타입, PC와 연결할 USB3.2 C타입, PD충전 포트, DC 아답터 포트로 구성되어 있다. 뭐 이 정도 구성이면 감사할 따름이다.
3. 특장점
이 모델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SSD, HDD를 장착할 수 있는 독이라는 것이다. 필자처럼 쓰기 애매해서 벌거벗고 반은 버려진 디스크들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프랑켄쉬타인 머신이라는 것이지.

그들도 취업에 성공했다. 같은 일자리에 나란히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스펙 따지고 들자면 메인 송수신 인터페이스가 USB3.2(10Gbps)인데 HDD는 그렇다쳐도 SSD는 제 속도를 못내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론으로 잠시 계산하고 넘어가보자. 1Byte 는 8bit다. Gbps는 Giga bit per second, 즉 초당 ‘비트’ 전송이다. 이걸 초당 전송 MB(Megabyte)로 환산해보자.
10Gbps 는 1,250MB/s 이다.
HDD는 180MB/s 이니 전혀 문제없고, SSD는 PCIe 3.0 이다. 한때는 날렸는데 지금은 퇴물이라..그래도 제원상 3,500MB/s 이다. 역시 썩어도 준치다. 그러니까 SSD는 대략 1/3 속도 밖에 못낸다는 것이다. 결국 SSD는 전력을 다해 쓰려면 썬더볼트 외장 케이스를 써야된다는 말이다. 썬더볼트 외장 케이스는 이 오리코 가격의 배가 넘는다. 그런 식으로 스펙에 자꾸 맞춰가다보면 한도 끝도 없어지고 결국 지갑에 구멍이 나게 된다. 계속 겪어왔던 일이기에 이젠 넘어가지 않는다.
어차피 초장부터 NVMe 타입의 속도는 이 오리코가 감당 못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거 연결하자고 거의 20만원을 태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저 놀고 있는 놈을 멱살잡고 끌어내서 일 시킬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4. 이제부터가 문제
오리코 TB4는 중국산 답지 않게 단차도 없고 깔끔하게 잘 나왔다고 칭찬했다. 바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제? 이것이 정답.

내부기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하우징이 안 맞는다. 사방으로 안 맞는다.

그냥 슬로프 마냥 기울어도 기능에 이상 없으면 만족한다는 마진을 두고 있었는데 저 기울기 때문에 포트와 알미늄 하우징 구멍이 맞지가 않아 포트가 안들어간다는 것이다. 저것도 뜯어서 밀어 넣어 저 정도가 된 것이지 처음에는 절반이 가려있었다.
PCB기판에 전원이 붙어 있는 것을 모르고 뜯어내다가 전원버튼이 날아간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착한 날 부터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이것은 책상 위에 두고 쓸 것이다 가방에 넣으면 이동을 하면서 써도 가능은 한데 아무래도 충격에 약한 HDD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혹여 충격으로 HDD가 망가질 수 있어서다. 그리고 또 하나,

나사를 꽂을 구멍도 없고 따로 브라켓도 없다. 플라스틱 기둥 2개는 디스크를 완전히 고정을 못 시켜 덜그럭 댄다.

마침 남는 스펀지가 있어서 욱여넣어 딱 맞추었다. 뭔가 너덜너덜 해진 느낌이다.
좋다 뭐 뽑기운이 안좋았을 수도 있는거고.. 테이프로 막아 작동은 다 정상적으로 하기에 만족한다. TB4는 만듦새가 좋았는데 포트가 엉망이고, D35M2는 포트는 마음에 드는데 만듦새가 이렇다. 역시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나보다. 우리의 인생에서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오리코의 가르침이 담긴 D35M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