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코(Orico)라는 브랜드는 개인적으로는 좀 생소한 브랜드이다. 아무래도 중국산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특히 한번쓰고 갖다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전자제품은 아무래도 선택하기 꺼려진다. 게다가 해외직구로 구입해야 한다면 거의 A/S는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에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 정식발매된 썬더볼트 독의 가격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뽑기 잘해서 고장 안나면 감사하고 아니면 뭐.. 청계천 뒷골목에 들고가서 고쳐보던 갖다버리던 할 생각으로 만인의 시장인 알리에서 구입을 했다.
썬더볼트(Thunderbolt) 라는 전송형식이 지금처럼 대중화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인텔과 애플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썬더볼트는 곧 ‘썬더볼트 = 맥’이라는 공식이 되었다. 맥의 가격을 납득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이젠 기억에도 아득해진 Firewire 1394를 탑재한 장비를 쓰곤했다. 지금은 인텔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썬더볼트 4와 호환되는 USB4(인텔의 특허가 아닌)가 나와 맥은 물론 윈도우 PC에서도 USB4, 즉 썬더볼트 4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윈도우 노트북은 나름 다양한 포트를 제공한다. USB4를 제공하면서도 A타입 포트를 같이 넣어준다던지 말이다. 그런데 애플은 역시 그런 다양성은 제공하지 않는다. 딸랑 썬더볼트 포트 2~3개가 전부이기에 독이 없으면 USB A 타입은 아예 연결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저렴한 C타입 허브를 구입하던가 해야하는데 이건 썬더볼트4 전송속도의 반의 반 밖에 나오지 않으니 이게 좀 거슬린다. 지금은 독을 구입했으니 하는 말이지만 따지고 보면 꼴랑 꽂아봐야 유선 키보드나 플래시타입 USB저장장치 이상은 쓰지 않는데 이 장비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매번 이 상술에 스스로 속아 넘어가다니 어디선가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데 난 잔고를 죽이고 있다.
1. 오리코(Orico) TB4 외관

알미늄으로 마감이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다. 중국 브랜드 치고 깔끔한 로고 각인이 있고 조립 단차도 없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국도 이제 이 정도는 훌륭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맥북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휴대를 하고 이리저리 갈 일이 많아서 무겁지도 않고 크기도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고 또 작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 아답터가 본품하고 비슷한 크기에 무게는 더 무겁다. 아 물론 뭐 오리코의 잘못은 아니다. 전기를 많이 퍼먹는 썬더볼트 독의 아답터들은 하나 같이 사람을 잡을 만한 흉기처럼 크고 둔탁하다. 이전에는 CalDigit의 TB3 제품을 썼었는데 그것도 아답터가 흉기였다. 이게 정말 웃기는 일이다. 결국 외부로 나갈 때는 USB C타입 허브를 들고 나간다. 그냥 이건 책상 위에 두고 맥북을 그 책상에서 사용할 때만 쓰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CalDigit TB4가 500,000원 중반의 가격인데 이것은 그에 비하면 1/3 정도이니 조금 덜 억울하다.
2. 오리코 TB4 포트
2-1. 전면 포트

왼쪽부터 헤드폰 단자, USB C 타입 (10Gbps), USB A 타입 (10Gbps), TB4 포트, TB4 포트(PC연결)가 자리하고 있다. USB는 10Gbps 인 것을 보니 3.2 2세대이고, 이게 문제다. 아마 여기서 가격이 다운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TB4 단자로 1기기 만을 연결할 수 있다. Caldigit 은 그래도 2개는 줬는데.. 그러니까 그 큰 아답터를 꽂고 고작 USB 허브로 써야되는 것이다. 전면부만 본다면 말이다.
2-2. 후면 포트

왼쪽부터 전원 DC아답터, DP 포트, HDMI 포트, 이더넷 포트, USB 2.0 포트 2개, 카드 리더(SD, microSD)가 있다. 더 이상의 포트는 없다. 이것은 뭐…컨셉이 무엇일까? 아니 그리고 카드리더기를 뒤에 만들어놓으면 꽂을 때 마다 들어내서 꽂으란건지. 사용자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대나무 같은 올곧음이다.
3. 특장점 – 누가 쓸 것인가?
뭐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것은 오리코(Orico)라는 회사는 규모가 있는 듯하여 거짓 부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포트들(그래봐야 속도 측정 의미 있는 것은 TB4, USB3 3.2 2개 3개뿐)이 각각 제 속도는 나왔다. 예전에 중국산 USB3 허브의 포트 몇개는 아예 연결도 하지 않은채로 팔아먹은 것도 봤으니까 그에 비하면 재수 좋은 날이다.
8K.. 8K 모니터가 없는데 8K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렇다면 8K 모니터를 2개 쓰는 사람은 사도 괜찮을 것 같다. 8K 듀얼모니터 혹은 맥북 모니터까지 트리플 모니터 이렇게 사용한다면 의미는 있을 것 같기는 한데 8K 모니터 2개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썬더볼트 4면 그래도 2.5Gbps 이더넷일 줄 알았다. 그냥 1Gbps 이더넷이다. 여튼 책상위에 두고 쓰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사이좋게 키보드, 마우스 꽂으라고 사이좋게 나란히 2개 달려있는 USB 2.0 포트를 보니 저거라도 꽂아서 써야할 듯 싶다.
카드리더기의 위치는 정말 최악이다. 썬더볼트 독은 뒤의 포트에 모니터 등 케이블을 꽂는 순간 뒤 엎기가 힘들다 선이 다 딸려 올라오기 때문에 심봉사 마냥 더듬대면서 저 구멍을 찾아야한다. 그런데 SD카드를 위 아래 뒤집은 채로 찾았다면?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그리고 TB포트를 왜 전면으로 뽑았는지도 이해가 좀.. PC로 가는 메인포트는 특히나 한번 꽂으면 다시 뽑을 일은 썬더볼트 독이 더 이상 작동을 안할 때 뿐이다. 독이 죽을 때까지 꽂고 있는 포트인데 이걸 앞으로 빼놔서 엄청 걸리적 거린다. 저 자리와 카드리더기 자리를 바꿨어야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설계부터 UX같은 것은 아예 무시하고 너의 꿈을 펼쳐보라며 직원들에게 간섭같은 것은 전혀하지 않는 열린 회사인 것 같다.


크.. 멋지다. 뭔가 보기만 해도 유용할 것 같다. 더욱 공감하는게 전작인 TS3을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3배의 가격차이는 이 모든 것을 용서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보면 목적이 애매하고 뭐 왜샀냐, 상품 상세페이지 보고 샀을 텐데 왜 불만이냐 하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 사실 책상에 앉아 DP케이블로 모니터를 연결하고 USB로 유선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가장 중요한 TB4 기기가 있었다.

가끔 음악작업을 하는 지라 이것을 연결해야한다. 그래서 카드리더기는 구멍을 테잎으로 막던지 해서 안쓰면 된다. 사진 상단을 보면 케이블이 둘둘 말려있는데 TB4 포트가 앞에 있어서 케이블이 남아돌아 저리 된 것이다. 책상이 지저분해져서 좋다. 물릴 수도 없는거 어떻게든 맞춰서 쓰면 되는 것이다. 1/3 비지떡을 사놓고 꿀떡 맛을 원하는 심보 자체가 도둑심보가 아니던가?
다 쓰고 보니 오리코가 한국에 진출했었구나… 공식 홈페이지가 있다. 중국산의 품질을 믿지 못해서 안팔리는 것을 안다는 듯 회사소개 맨 마지막 문장에 중국기업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던 말던 알리 직구 해서 난 A/S도 못받겠구나.